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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오피니언

미오치치, 케빈 리, 알 아이아퀸타 아마추어 레슬링 커리어 정리



국내 MMA 커뮤니티에 MMA 선수들의 아마추어 레슬링 커리어에 대해서 이상한 정보들이 너무 떠다니고 있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적는다.

특히, 여기에서 소개하는 레슬러들은 레슬링을 빨리 그만두고 다른 길로 나간 선수들이지만, 자신이 제대로 전념하지도 않은 레슬링 커리어로 저평가 당하는 경우이다.

1. 미오치치는 NCAA 1회전에서 두 번 탈락했으므로 레슬링 커리어가 형편없다?

스티페 미오치치는 클리블랜드 주립 대학 대학 2학년 떄인 2003년 NCAA 전국대회에 한 번 출전해서 1회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1라운드 패배자들이 붙은 2차 토너먼트에서 또 졌다. 그게 스티페 미오치치의 유일한 NCAA 기록이다. 2번 다 1회전에서 탈락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어쩄든 미오치치는 1라운드에 탈락했으니 형편없는 레슬러인가? 그렇다고 볼 수 없다. 미오치치는 야구와 레슬링을 병행했으며, 2학년 NCAA 대회 이후로는 완전히 야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죠니 헨드릭스, 필 데이비스, 그레고르 길레스피 같은 아주 뛰어난 1류의 선수가 아닌 이상 1~2학년 때는 보통 토너먼트 상위 라운드까지 잘 나가지 못 한다. 아직 대학 1~2학년이면 막 성인이 된 아직도 성장하는 나이고, 기술적으로 미숙한 상태다. 당연히 3~4학년 때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미오치치와 다르게 국내에서 뛰어난 MMA 레슬러로 평가되는 프랭키 에드가도 3학년 떄까지 NCAA 1회전 탈락, 패자부활전 탈락을 반복했다.

그리고 미오치치 레슬링 커리어가 아주 나쁘진 않은 게 전국 랭킹 17위까지 올랐었고, 이 때 훗날 올 아메리칸이 되는 카일 스미스와 박빙의 승부로 1승 1패를 주고 받았다.

종합하면 미오치치는 2학년 이후로 레슬링을 아예 그만뒀지만, 고학년이 되면 올 아메리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실력은 있었다. 기본적으로 미오치치는 대학에서 야구에 더 전념하는 야구 선수였고, 레슬링은 우선순위가 더 낮았다.

대학 때 레슬링을 본업으로 삼지 않은 선수에게 레슬링 커리어가 안 좋다고 비판하는 건 별로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닌 거 같다.

MMA 와서 미오치치는 꽤 준수한 레슬링 실력을 보이고 있다. NJCAA 챔피언 출신인 커티스 블레이즈는 레슬링 스파링에서 미오치치와 본인이 거의 호각이었다고 얘기 했었다. 커티스 블레이즈가 테이크 다운 후 컨트롤 하기 힘들어했던 은가누를 잘 넘기고, 컨트롤 했으며, 올림픽 4위인 코미어를 테이크 다운 시키기도 했다.

2. 케빈 리의 레슬링 커리어는 허접이다

미오치치와 비슷한 케이스다. 케빈 리는 토너 퍼거슨과 같은 그랜드 밸리 주립대학 출신으로 NCWA 리그에서 활약했다. NCWA는 NCAA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학 리그다. NCAA 2부나 NAIA, NJCAA보다 평가가 낮은 듯하다.

케빈 리는 올 아메리칸을 한 적은 없지만 37승 0패의 기록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NCWA가 정확한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 아메리칸을 선정하는 NCWA 전국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은 모양이다. 케빈 리는 2학년 즈음에 빠르게 레슬링을 그만두고 MMA 쪽으로 선회한다.

NCWA라는 상대적으로 급이 떨어지는 리그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레슬링 커리어를 추구하는 대신 빠르게 MMA로 전향한 케이스로 대학 커리어가 아주 형편없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미오치치보다 오히려 더 대학에서 레슬링 활동을 별로 안 했기 떄문이다.

케빈 리는 레슬링을 고등학교 졸업반 직전 학년부터터 늦게 배웠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했을 떄는 기술적으로는 레슬링이 형편없었는데, 피지컬이 좋아서 상대방을 압도하고, 기술도 금방 배웠다고 한다.

퍼거슨은 NCWA 165파운드 챔피언을 지냈는데, 대학 선배여서 대학에 방문해서 선수들 지도도 해주고 그랬다고 한다. 케빈 리가 신입생 시절일 때도 왔는데, 케빈 리 말로는 자기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한다.

3. 알 아이아퀸타는 NAIA? NCAA?

알 아이아퀸타는 낫소 칼리지 소속으로 2년제 대학들의 리그인 NJCAA에서 활동하던 레슬러다. 1학년 때 알 아이아퀸타는 지금은 UFC에서 컷 당한 전 벨라토르 챔피언 조 소토와 함께 141파운드에서 뛰었는데 랭킹 5위 안에 들 정도로 꽤 높은 평가를 받았다. NJCAA 올 아메리칸인 조 소토와 다르게 전국 대회 입상 기록은 없는데 대회에서 떨어졌던지, MMA 데뷔를 위해 그만뒀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아퀸타는 MMA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 1학년 때 빠르게 레슬링을 그만두고 MMA에 전념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슬러로서 커리어라고 할 만큼 남긴 기록이 없다. 다만 NJCAA 올 아메리칸에 들 정도의 실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팀 엘리엇 같은 선수도 동시기에 NJCAA에서 올 아메리칸을 한 레슬러다. NJCAA 출신 선수들이 많다. 코미어, 레스너는 NJCAA 챔피언을 하고 NCAA로 가서도 각각 준우승, 우승을 차지했고. 커티스 블레이즈, 존 존스 같은 경우에는 NJCAA 챔피언을 하고, 바로 MMA로 뛰어들었다.

NJCAA는 NCAA 리그에 속한 명문대들에 갈 학업 성적이 안 되거나, 빠르게 성인 무대로 전향하고 싶은 선수들이 가는 리그로 챔피언을 할 정도의 실력인 선수들은 NCAA 리그에 속한 대학으로 편입해서 올 아메리칸이 되기도 하고, 별볼일 없는 선수들은 별볼일 없는 등 리그의 편차가 크다고 한다. NJCAA에서 챔피언을 했으면 그래도 꽤 뛰어난 선수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NAIA 출신으로는 올 아메리칸인 벤 헨더슨 같은 선수들이 있다. NAIA는 NCAA 2부리그 정도로 인정되다는 듯하다.

켈빈 개스텔럼은 고등학교 때 주 챔피언 레슬러였는데, 대학에서 레슬링 커리어를 추구하는 대신 MMA에 입문했다. TUF 18 때까지는 레슬러 같은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뭐 레슬링은 오히려 떨어지는 편이고, 타격으로 승부하는 선수가 됐다.

4. 결론

대학에서 4년 내내 레슬링을 한 선수가 아니고서는 해당 선수의 레슬링 커리어를 논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일 같다. 미오치치는 기본적으로 야구 선수였고, 아이아퀸타, 케빈 리는 MMA를 하기 위해서 레슬링을 일찍 그만뒀다. 4년 내내 레슬링을 하며 각종 대회에 출전한 게 아니고, 잠깐 활동하다 그만둔 선수들을 대학 레슬링 커리어가 별 거 없다고 말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비하를 위한 비하일 뿐이다.

또한 많은 레슬러들이 얘기하듯 아마추어 레슬링과 MMA에서의 레슬링은 다르다. 4회 올 아메리칸에 2회 결승 진출해 한 번 우승한 필 데이비스가 항상 토너먼트 초반에 탈락했던 라샤드 에반스에게 레슬링으로 밀릴 수도 있는 게 MMA 레슬링이다.

대체로 아마추어 레슬링 커리어가 좋은 선수들이 MMA 레슬링도 좋지만, 아마추어 레슬링 커리어가 없거나, 뛰어나지 않다고 반드시 MMA 레슬링 실력이 형편없지는 않다.

올 아메리칸이 되지 못 했던 프랭키 에드가가 올 아메리칸인 그레이 메이나드와 2, 3차전에선 레슬링에서 호각 이상으로 맞섰던 것, 라샤드 에반스가 NCAA 챔피언 필 데이비스를 굴리며 MMA 최고의 레슬러들 중 하나로 활약했던 거나, 아예 아마추어 레슬링 커리어가 없는 GSP가 MMA 역사상 최고의 레슬러인 것 등이 주요한 반례가 될 것이다. 단순히 대학 커리어만으로 MMA 레슬링을 평가하기는 어렵다.